15일 공수처에 의해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압송되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5일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여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압송했다.

자신의 입으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43일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고,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신병을 확보하고 곧장이송해서 오전 10시53분께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했다.

공수처는 신문을 위해 20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하고 곧장 피의자 조사에 들어가서 10시간 가량 심문을 했으나 윤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 대통령의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이다. 지난달 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의 총책임자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한 혐의와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며 발포 명령을 내리고,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 계속 진행하라"며 추가 계엄을 언급한 것으로 검찰의 김 전 장관 등 수사에서 조사됐다.

사태 당시 투입된 군인이 동원한 실탄의 양이 5만7천735발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봤다.

윤 대통령은 영장 없이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주요 정치 인사 10여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하고 수도방위사령부 벙커에 구금하려 한 혐의도 받고있다.

공수처는 15일 오전 11시부터 10시간 40분가량 조사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금했다.

이어 16일 오전 조사가 예정되었으나, 윤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고, 공수처는 이를 받아들여 오후 2시께 재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답조차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름과 주소를 묻는 인정신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사를 계속 거부한다면 공수처가 서울구치소에 수용 중인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강제인치(강제연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체포 시한이 17일 오전 10시33분인 만큼 강제인치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공수처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체포한 때로부터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현재, 윤 대통령은 체포 자체도 적법성 여부를 가려달라며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은 이 사건 전속관할권이 없다면서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중앙지법은 이날 체포적부심 심사 사건을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에게 배당했다. 이르면 16일 심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직접 심사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이 15일 체포되자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한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영국 가디언은 "윤 대통령 체포는 지난 몇주간 많은 한국인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한국의 최대 동맹국 미국에서도 우려를 불러일으킨 불확실성 이후 법치주의가 우세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체포됐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법 집행 당국 간 긴장 속 대치가 일단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추방, 총살, 탄핵, 투옥 : 한국 대통령사'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상황 전개는 역사적이긴 하지만 추문으로 가득한 한국 대통령사의 최근 사례일 뿐이라고 적었다.

미국 CNN 방송은 윤 대통령이 체포 소식에 "지난달 궁지에 몰린 대통령의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로 시작해 몇 주간 진행됐던 정치적 결전의 최신 사례"라며 지난 몇 주간 윤 대통령이 경호팀에 둘러싸여 요새화된 관저에 머물면서 조사와 탄핵 심판을 앞두고 체포를 피해 왔다고 전했다.

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하고, 북한은 최근 미사일을 발사하고,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추락사고로 나라가 흔들리는 등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은 리더십 위기로 마비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 기관들은 전례 없는 정치 위기에도 대체로 중립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