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화재… 승객 181명 중 179명 사망·2명 구조

-국내 발생 역대 최대피해 항공기 사고, 생존자 2명은 꼬리 쪽 승무원들
-희생자 대부분 광주·전남 지역민…연말여행 나선 일가족 비극 잇달아
-정부, 무안 특별재난지역 선포…내달 4일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

박채호 기자 승인 2024.12.30 07:50 의견 0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화재… 승객 181명 중 179명 사망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객실승무원 4명 및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은 한국인이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이다.

정부는 현장에서 사망한 희생자를 수습과 신원 확인을 최우선으로 진행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소방청에 접수됐다.

여객기 기체는 활주로 주변의 시설물인 외벽에 충돌하면서 반파됐고, 불길에 휩싸였다. 여객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오전 9시 46분 경 소방 당국은 초기 진화를 마쳤고, 기체 후미에서 부상자 2명을 잇달아 구조했다. 부상자 2명은 모두 승무원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리고 사고 12시간이 지난 오후 8시 38분께 소방 당국은 나머지 탑승자 179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혓다.

이번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항공기 사고 가운데 인명피해가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됐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일어난 사고까지 확대하면 이번 참사는 우리나라 항공기 사고 가운데 1983년 269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격추와 1997년 225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괌 추락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인명피해가 큰 사고다.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1시 30분께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예정했던 도착 시간에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지 못한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4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8시 59분께 사고기 기장이 관제탑에 구조 요청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다.

사고기는 오전 9시께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안공항 활주로가 짧은 탓에 충돌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국토부는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 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천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천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고,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부터 현 직책을 맡아 B737-800 기종만 6천96시간, 1천339시간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고의 조사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 측은 이날 오후 무안공항에서 브리핑을 열어 "무리한 운항은 없었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 등을 철저히 하고 있고 출발 전후 꼼꼼하게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안국제공항은 광주와 전남 지역민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인명피해도 이 지역에 집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공항은 국내선만 취항하고 있어 광주에서 국제선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이 무안이다. 여수공항 역시 국내선만 취항해 무안 등 전남 서부권은 물론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도민들도 국제선 이용을 위해 무안공항을 찾는다. 이 지역민들은 가족, 친구, 지인 등 안부를 확인하며 근심 속에 사고 수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사고 수습과 지원에 나섰다. 전남도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 360명을 지정해 지원하고 무안공항과 무안 망운초등학교에는 자원봉사센터를 열었다. 또 무안스포츠파크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유가족들에게 목포대학교 기숙사 등 숙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내달 4일까지 일주일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5·18민주광장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기 탑승자 명단에는 영광군 군남면에 거주하는 80세 A씨와 그 일가족 9명이 포함됐다. 해당 주민은 탑승자 181명 가운데 최연장자이기도 하다.

무안공항 대합실에 모여 수습 소식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사연에는 패키지여행을 주로 다니는 전세기의 특성상 가족여행을 다녀오던 가족 간의 참변이 유독 많았다.

희생자 중에는 형수와 그의 딸 부부, 부부의 어린 미성년 자녀들까지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도 있었다.

또 사고기에 문제가 생겼던 순간 가족 '단톡방'을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받은 유가족의 사연도 슬픔을 자아냈다. 이들 탑승자는 기내에서 '조류 충돌' 내용을 안내받은 듯 '여객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리면서 별일 아닌 듯 농담을 건넸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무안군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최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달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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