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 비방전과 물리적 충돌 격화

박채호 기자 승인 2024.07.16 17:00 의견 0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과열되며 후보 간 비방전이 도를 넘어서고 지지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싸움이 벌어지는 등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지지자들이 싸움을 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한동훈 연설이 끝나고 원희룡 지지자들을 따로 불러낸 한동훈 지지자"라는 자막과 함께 체육관 밖에서 건장한 남성 두 명이 만나는 모습이 나오고, 이내 두 사람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주변에 있는 이들은 처음에는 말리더니 나중에는 두 사람의 싸움을 바라만 보고, 상의를 벗은 남성이 일방적으로 바닥에 누운 남성을 때리는 모습이 계속되자 그제야 주변에서 말리고 싸움은 끝이 났다.

싸움의 발단은 합동연설회가 열린 체육관에서 이미 시작됐다. 한동훈 후보가 연설을 하자 일부 참석자들이 '배신자'를 외쳤고 의자까지 던지려는 과격한 행동까지 나오고 지지자와 경호원, 당직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소란과 몸싸움은 수십 초 동안 이어졌다.

결국 한 후보는 준비된 연설 대신 "여러분, 진정해 달라. 국민의힘 정치가 보여줄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 저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것은 좋으나 다른 분의 의견은 묵살하지 말라. 다른 분은 폭행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소란은 쉽게 진정되지 못했고 한 후보는 "여러분 진정해 달라.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보여드려야 하는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재차 설득에 나섰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속 두 사람은 서로 분을 참지 못하고 체육관 밖까지 나와 싸움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합동연설회에서 원 후보는 "특검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특검을 저지할 당대표를 세우지 않으면, 우리 모두 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원 후보는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에 "특검에 찬성하는 자가 배신자입니다"라며 한동훈 후보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두고 16일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 양측은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의자를 던지며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 "저희 지지자인지 다른 지지자인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팬클럽 행동이 과거 우리 당에서는 없었다"고 말하며 한 후보의 팬클럽을 겨냥했다.

원 후보 캠프는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제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지지자 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고, 특히 한 후보와 동행한 자가 상대 후보 지지자를 집단 폭행했다"며 한 후보 지지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한동훈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연설할 때, 일부 원 후보 지지자들이 저를 향해 '배신자'라고 구호를 크게 외치며 연설을 방해하고 의자를 들어 던지기까지 했다"라며 "그래서 저는 준비한 연설을 중단하고 배신자든 뭐든 이견을 내도 좋다는 말씀과 이견을 내는 방법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원 후보 지지자들이 연설을 방해했다"며 "계획된 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과 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데 대해 "제가 네거티브를 하나라도 한 게 있나"라며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에 대해 방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의자를 던진 인물이 자유통일당 당원이라며 "타 정당 소속자가 한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다른 후보 캠프의 비표를 받고 입장했다면, 이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한편, 두 후보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원 후보는 이 의혹을 과거 민주당 '드루킹 사건'과 닮았다고 주장하며, 한 후보의 '제삼자 추천 채상병 특검' 제안을 비판했다.

원 후보는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나오거나 민주당이 우리 당을 분열시키고 당정 충돌을 일으키려 한다면 여권·보수 전체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한 후보는 "댓글팀과 관련해 제가 관여한 적이 없다"며 "시민들이 정치적 의견을 내는 것이 부당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한 후보가 대표로 선출될 경우 친윤(친윤석열)계가 조기 낙마를 모의하고 있다는 '삼일천하 김옥균 프로젝트'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이를 허위 사실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도 이번 전당대회의 과열된 네거티브전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상현 후보는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변질시키고 분열과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을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의 출마 자체가 분열과 파탄의 원죄"라고, "원 후보는 헛발질 '마타도어'와 구태의연한 네거티브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점점 더 격화되며 당내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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