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기획] 한국인이 좋아하는 50가지

·좋아하는 숫자: '7'(34%)
·좋아하는 월: '5월'(21%)과 '10월'(20%)
·좋아하는 요일: '금요일'(34%)과 '토요일'(33%)
·좋아하는 계절: '봄'(40%) 그리고 '가을'(35%)
·좋아하는 꽃: 부동의 1위 '장미'(23%)
·좋아하는 나무: 사철 푸른 '소나무'(36%)
·좋아하는 산: '설악산'(22%), '한라산'(20%)

박채호 기자 승인 2024.05.11 09:32 의견 0

한국갤럽이 2024년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1,777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숫자를 물은 결과(자유응답) 셋 중 한 명(34%)이 '7'(34%)을 그다음은 '3'(18%), '5'(12%), '1'(11%) 등 1부터 10까지의 숫자 10개가 전체 응답의 96%를 차지했다. 이외 1% 미만 응답된 숫자는 모두 23개로, 11부터 99 사이 두 자릿수 18개와 '0, 100, 102, 777, 888' 등이다.

7은 서양에서 유래한 '행운의 숫자'로 널리 알려졌고, 3은 '한국인은 삼세번'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한 숫자다. 선호 숫자 상위 4개(7, 3, 5, 1)에 9까지, 홀수가 79%를 차지한다.

중국인이 좋아한다는 숫자 '8'(5%)은 한국인 선호 숫자 5위, 짝수 중에서는 최고 순위다. 숫자 4는 '죽을 사(死)'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오래된 건물의 층·호수에선 건너뛰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금기(禁忌)가 거의 사라진 듯하다. 한국인 중 2%가 '4'를 좋아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6'(3%), '10'(2%)과 비슷한 수준이다.

2004년부터 2024년까지 줄곧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7이다. 또한 10보다 작은 홀수가 전체 응답의 70%를 훌쩍 넘는 것도 20년간 한결같은 경향이다.

좋아하는 월: '5월'(21%)과 '10월'(20%)

1월부터 12월 중 가장 좋아하는 월은 '5월'(21%)과 '10월'(20%)이 비슷, 그다음은 '4월'(12%), '3월'과 '9월'(이상 10%), '12월'(6%), '7월'과 '11월'(이상 5%), '6월'과 '8월'(이상 4%), '1월'(3%), '2월'(1%) 순이다.

5월과 10월은 야외 활동에 적합한 날씨, 산천초목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시기다. 때로는 긴 연휴가 될 수도 있는 공휴일이 많다는 점 또한 기껍다. 단, 5월은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부부의날 등 기념일이 많아 누군가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과거와 비교하면 10월 선호는 2014년 33% → 2019년 25% → 2024년 21%로 점진 감소, 같은 기간 5월은 16%→19%→21%로 증가했다. 1, 2, 6, 8월 등 선호 하위권은 10년 전과 다름없다.

좋아하는 요일: '금요일'(34%)과 '토요일'(33%)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금요일'과 '토요일'이 각각 34%, 33%, '일요일'은 11%로 금토일 주말 사흘이 전체 응답의 78%를 차지했다. 일명 '불금'(불타는 금요일) 선호가 2014년·2019년 40%대에서 2024년 30%대로 하락해 토요일과 비슷해졌다. '수요일'과 '목요일' 선호는 각각 8%다.

일요일 선호도가 금·토요일에 비해 낮은 것은 월요일을 앞둔 중압감 때문으로 보인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휴일 전날은 설레고, 아무리 긴 연휴를 보냈어도 막바지엔 아쉬운 법. 그러나 일주일 중 가장 인기가 없는 요일은 '화요일'(2%)이고, '월요일'(4%)은 그보다 나은 편이다. 5년,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까지 주6일 근무제가 일반적이었고,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됐다. 학교는 2005년부터 격주 주5일제를 시행하다 2012년 전면 주5일제로 바뀌었다. 지난 5년 사이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고(2018년 7월부터 공공기관·공기업·300인 이상 사업장, 2021년 1월 중소기업, 7월 5인 이상 사업체 적용),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활성화됐다. 일부 국가에서 논의 중인 주4일 근무제가 실현되면 좋아하는 요일이 어떻게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

좋아하는 계절: '봄'(40%) 그리고 '가을'(35%)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 40%, '가을' 35%, '여름' 13%, '겨울' 12% 순이다. 2004년과 2014년에는 가을(40%대 초반)-봄(33%) 순이었는데, 2019년 봄(42%) 선호도가 가을(40%)을 능가하며 순위가 뒤바뀌었고, 2024년에는 격차가 더 커졌다.

여성은 48%가 봄(:가을 33%), 남성은 39%가 가을(:봄 33%)을 선택했다. 과거에는 달랐다. 2004년·2014년 여성의 봄-가을 선호는 비등했고, 남성은 가을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여성의 봄 선호가 두드러졌고, 남성의 가을 선호는 예전만 못해지면서 비로소 '봄은 여성의 계절,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란 속설을 뒷받침하게 됐다. 한편 매 조사에서 겨울과 여름은 저연령일수록 좋아해, 맹추위와 무더위도 마다않는 젊음과 호기가 엿보였다.

2004년, 2019년, 2024년 조사 시기는 봄(3~5월), 2014년은 가을(10월)이다. 하지만 2004년과 2014년 계절 선호도는 비슷하고, 2019년부터 달라졌으니 조사 시점 계절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 보유율 급증, SNS 인증사진 일상화, 그리고 각종 축제, 패션, 식음료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 '벚꽃 열풍'과 무관치 않은 현상으로 짐작된다.

참고로, 지난 2015~2016년 한국갤럽의 계절별 생각나는 노래(자유응답) 조사에서 봄은 '벚꽃 엔딩'(22.5%), 가을은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6.7%)과 '잊혀진 계절'(6.3%), 여름은 '해변으로 가요'(9.8%), 겨울은 '징글벨'(6.8%) 등이 최상위를 차지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떠올린 곡이 '벚꽃 엔딩'(2012년 3월 발표)이다. 그만큼 강렬한 계절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라고도 하겠다. 당시 20·30대뿐 아니라 40·50대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좋아하는 꽃: '장미'(23%)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화려한 자태와 향기를 가진 '장미'(23%)다. 장미는 1982년(26%), 1992년(38%), 1995년(42%), 2004년(42%), 2011년(41%), 2014년(30%), 2019년(32%) 등 과거 한국갤럽 조사에서 매번 좋아하는 꽃 1위를 지켰다. 그다음은 '벚꽃'(10%), '프리지어', '튤립'(이상 5%대), '개나리', '국화', '코스모스', '진달래', '안개꽃'(이상 4%대), '목련'(3.2%)이 10위 안에 들었다. 이외 '수국', '수선화', '해바라기', '라일락', '무궁화', '동백', '철쭉', '매화', '유채꽃', '아카시아(아까시꽃)' 등이 1% 이상 응답됐다.

우리나라에서 장미가 상업화된 것은 1980년대 초, 본격 재배는 1990년대 들어서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장미 선호도는 1982년 26%에서 1992년 38%로 크게 높아졌다. 이후 여러 조사에서 40%를 웃돌다가 2014년 30%대, 2024년 20%대로 하락세다.

이처럼 장미의 전성시대가 정점을 지나는 동안 벚꽃의 부상이 돋보인다. 2004년에는 좋아하는 꽃 9위, 2014년에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2019년 2위로 뛰어올랐고, 2024년에는 장미와의 선호도 격차도 줄였다. 장미는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이며 벚꽃, 개나리, 국화는 남성, 프리지어와 튤립은 여성, 코스모스는 고령층에서 더 인기다.

좋아하는 나무: 사철 푸른 '소나무'(36%)

우리나라 애국가 2절은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으로 시작하는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바로 여기에 등장하는 '소나무'다. 2004년 선호도 44%, 2014년 46%, 2019년 51%에 달했지만, 2024년 조사에서는 36%로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응답자 특성에서 첫손에 꼽혔고, 여성(33%)보다 남성(40%)이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년간 변함없는 경향이다.

사철 푸른 소나무를 뒤잇는 것은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변신하는 '벚나무'(7.3%), '단풍나무'(6.6%), '은행나무'(5.4%)다. 오래된 마을을 지키듯 신령스러운 '느티나무'와 '버드나무'(이상 3%대), 한겨울 추위를 겪고서야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 강직함과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천연 항균 성분 피톤치드로 주목받는 '편백',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감나무'(이상 2%대)가 10위 안에 들었다. 이외 '아카시아(아까시나무)', '향나무', '사철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사과나무', '전나무', '목련', '잣나무' 등이 1% 이상 응답됐다.

좋아하는 산: '설악산'(22%), '한라산'(20%), '지리산'(18%)
우리나라의 면적은 별로 넓지 않지만, 유난히 산이 많은 지형인 탓에 예로부터 나름의 개성과 특색으로 유명한 산이 많다. 남한만 봐도 이러한데 북한에는 더 높고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산들이 많다고 하니 통일 이후 좋아하는 산의 순위는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산은 강원도 '설악산'(22%), 제주도 '한라산'(20%),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에 걸쳐있는 '지리산'(18%)이 선두권 각축 양상이다. 2019년까지 설악산-지리산-한라산이 1-2-3위였으나, 2024년에는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 20년간 한라산 선호도가 꾸준히 상승해(04년 8%→24년 20%), 지리산(16%→18%)을 넘어섰고 설악산(29%→22%)을 바짝 따라붙었다. 이러한 한라산 인기에는 저가항공사 등장, 숙박업소 다변화 등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있는 '북한산'(4%), 현재 중국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북한의 '백두산'(3.1%), 전라북도 '내장산', 충청남도와 대전에 걸쳐있는 '계룡산',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에 걸쳐있는 '덕유산', 서울 '도봉산'과 '관악산', 광주 '무등산'이 10위 안에 들었다. 이외 백두대간 등줄기의 '태백산', 원주 '치악산', 평창·홍천·강릉에 걸쳐있는 '오대산' 등 강원도 산들이 1% 이상 응답됐다.

전국의 유명한 산이 두루 응답됐지만,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있어 자주 보고 자주 오를 수 있는 산에 더 애정이 갈 법하다. 실제로 좋아하는 산은 지역별 차이가 크다. 북한산은 서울시민에게서 사랑받았고, 광주/전라, 부산/울산/경남 거주자는 설악산보다 지리산을 최고로 꼽았다. 계룡산은 대전/세종/충청, 무등산은 광주/전라 지역에서 각각 두 자릿수 선호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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